[이승우의 IT인사이드] 'VR 구현' 200년 여정 성공할까

입력 2023-06-06 17:35   수정 2023-06-07 00:12

인간의 상상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을 가상현실(VR)이라고 한다면 VR의 기원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알타미라 동굴과 라스코 동굴의 벽화는 당시 인류가 보고 느끼고 상상한 것을 담은 거대한 스크린이었다. 전 세계 다양한 문명에서 전해지는 수많은 별자리는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을 이어가며 다 같이 이야기를 감상한 넷플릭스였던 셈이다.

현대적인 의미의 가상현실로 범위를 한정하면 영국의 과학자 찰스 휘트스톤을 VR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그는 1838년 양안(兩眼) 시차의 원리를 발견했다. 인간의 두 눈이 6~7㎝ 떨어진 탓에 특정 대상을 볼 때 좌우 망막에 서로 다른 영상이 맺히고 이에 따라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사용되는 VR 기기 역시 이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양안 시차를 활용한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입체경)를 고안해냈다. 피사체 위치가 조금씩 다른 두 장의 사진을 쌍안경과 비슷하게 생긴 입체경으로 들여다보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기계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20세기 초반까지 입체경은 큰 인기를 끌었다.
원조 VR 기기 '스테레오스코프'
가상현실이란 단어가 생겨난 것은 휘트스톤이 양안 시차의 원리를 발견한 지 꼭 100년 뒤인 1938년이다. 영화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던 이 시기 프랑스 극작가이자 배우인 앙토냉 아르토가 그의 이론 ‘잔혹 연극론’을 주장한 ‘연극과 그 이중(Le Thtre et son double)’에서 어두컴컴한 극장의 모습을 묘사하며 ‘가상의 현실(ralit virtuelle)’이란 표현을 썼다.

기계를 활용해 VR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0년대 들어서다. 할리우드에서 촬영기사로 일했던 발명가 모턴 하일리그는 1962년 ‘센소라마 시뮬레이터’(사진)란 기계를 만들었다. 의자에 앉아 모니터 안에 얼굴을 넣으면 오토바이를 타고 뉴욕 브루클린 거리를 달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상에 맞춰 움직임과 진동을 느낄 수 있고 길거리 음식 냄새까지 구현해냈다. 하일리그는 이 기계가 영화의 미래가 되기를 바랐지만 낮은 수익성 탓에 실패했다.
메타 이어 애플·삼성도 진출
1968년에는 이반 서덜랜드 미국 유타대 교수가 기기를 머리에 쓰는 HMD(Head Mounted Display) 방식의 기기를 처음 개발했다.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움직이는 헤드 트래킹 기술 등을 적용해 현대적 VR 기기의 시조로도 손꼽힌다. 하지만 이 기기는 기술적 한계로 너무 무거워 머리에 쓰는 대신 천장에 매달 수밖에 없었다.

VR의 역사만큼이나 상용화 시도도 오래됐다. 가장 유명한 실패 사례는 닌텐도의 ‘버추얼 보이’일 것이다. HMD 기반 게임기로 1995년 출시됐다. 750g에 이르는 무게와 기술 부족과 단가 절감을 위한 붉은색 화면, 부족한 콘텐츠 등으로 1년도 못 버티고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그 뒤로도 수많은 기기가 등장했지만, 성공을 거둔 기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직도 VR은 성공한 플랫폼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기기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포기할 만하지만 VR 개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현실을 벗어난 경험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 때문일 것이다.

현재 VR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메타다. 2014년 20억달러에 VR 기기 전문 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한 데 이어 2021년 회사 이름까지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꿨다. 애플도 5일(현지시간) ‘애플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이 시장에 다시 뛰어들 예정이다. VR을 구현하기 위한 200년 가까운 시도가 성공할지, 아니면 또 한 번 빙하기가 찾아올지 분수령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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